「분산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은 무엇으로 확인할까. 대개는 보유 종목 수를 센다. 그런데 종목 수와 분산 정도는 서로 다른 것을 잰다. 최근 공개된 계좌 단위 실증 보고서 한 편이 그 차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6년 2월 펴낸 연구보고서 26-04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강소현·김민기)은 국내 대형 증권사의 2020~2022년 계좌별 보유·거래 자료로 개인투자자 102,380명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표본은 만 19세 이상이면서 예수금을 제외한 일평균 자산이 10억 원 이하인 투자자로 한정했다. 학술지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이 아니라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고서라는 점은 미리 밝혀 둔다.
인원으로 세면 8명 중 1명, 금액으로 세면 절반
보고서가 내놓은 두 계열의 숫자는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자로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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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세는가 |
시작 |
2022년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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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산을 보유한 투자자 비중(인원) |
4.7% (2020년 초) |
약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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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산이 차지하는 금액 비중 |
17.2% (2020년 6월) |
4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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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의 금액 비중(전체 자산 대비) |
15.2% (2020년) |
36.1% (2022년) |
인원으로 보면 8명 중 1명 남짓이고, 금액으로 보면 절반에 가깝다. 두 계열의 시작 시점이 2020년 초와 2020년 6월로 서로 다르다는 점은 표에 그대로 적어 두었다.
세 번째 줄의 분모는 앞의 두 줄과 다르다. 미국 자산 비중은 해외자산 안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몫이 아니라, 국내와 해외를 합친 전체 보유자산 대비 비중이다. 보고서는 같은 기준으로 국내 자산 비중이 2020년 80.9%에서 2022년 62.3%로 낮아졌다고 적으면서, 미국 자산 비중에 대해 “3년간 약 2.4배 증가”라고 썼다.
여기서부터는 해석이다. 필자는 이 격차를, 해외자산을 담은 소수가 평균보다 큰 금액을 굴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다고 본다. 보고서도 20·30대 젊은 층과 고액투자자를 중심으로 해외자산 비중이 뚜렷하게 높다고 서술한다. 다만 반대 가능성도 남는다. 해외자산의 평가금액이 기간 중 더 크게 불어났다면 새로 들어온 사람이 없어도 금액 비중은 커진다. 두 설명은 이 수치만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2,662개를 담아도 유효 종목은 91개
보고서는 분산 정도를 유효종목수(ENP)로 잰다. 정의는 1/HHI, 곧 집중도 지수의 역수다. 금액이 한두 종목에 몰릴수록 값이 작아지고, 고르게 퍼질수록 실제 보유 종목 수에 가까워진다.
여기서 말하는 분산은 종목별 투자금액이 얼마나 고르게 퍼져 있는지를 뜻한다. 산업·국가·팩터 등 위험의 분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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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군 |
보유 종목 수 |
유효 종목 수(EN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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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
2,662개 |
9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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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
1,561개 |
15개 |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수치는 투자자 한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표본에 속한 개인투자자들이 합쳐서 보유한 종목의 일평균 집계다. 보고서는 국내주식 2,662개를 두고 “사실상 상장 종목 대부분을 포괄하는 수준”이라고 적었다. 한 사람이 2,662개를 담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읽으면 두 줄의 표는 이런 이야기가 된다. 개인투자자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놓고 보면 시장의 거의 모든 종목에 손이 닿아 있지만, 종목별 투자금액의 분포를 반영해 계산하면 국내주식의 ENP는 91개, 해외주식은 15개로 낮아진다. 보유 종목 수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국내주식은 약 3.4%, 해외주식은 1%에 못 미친다(이 두 비율은 필자 계산이다).
같은 특성이 위아래에서 반대로 나타난다
성과 분석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대목은 분위별 결과다. 보고서 요약문은 이렇게 적는다. 하위 성과 그룹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과도한 매매,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공격적인 위험 추구가 수익률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반면, 상위 성과 그룹에서는 동일한 특성이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초과성과와 연결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 문장은 “잘하는 사람은 집중해도 된다”로 옮겨 적히기 쉽다. 필자는 그렇게 읽지 않는다. 성과로 먼저 그룹을 가른 뒤 그 그룹의 특성을 살피는 구조는, 결과를 알고 나서 원인을 되짚는 방향이다. 운으로 크게 번 사람과 판단으로 번 사람이 같은 칸에 들어간다. 보고서 자신도 해외시장 참여자 가운데 수익률과 위험조정 성과가 개선된 경우가 관찰된다고 하면서, 곧바로 “그 중 약 절반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기록하였다”고 덧붙인다.
물론 반대로 볼 여지도 있다. 정보 우위나 종목 선별 능력이 실재한다면, 집중은 그 능력을 성과로 옮기는 통로일 수 있다. 이 보고서의 자료만으로 두 해석을 가르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분석 기간이 특정 시장 국면에 걸쳐 있어 결과가 “다소 국면 의존적일 수 있음을 밝혀둔다”고도 적었다.
정리하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26-04(강소현·김민기). 표본은 개인투자자 102,380명, 기간은 2020~2022년, 자산 10억 원 이하 투자자로 한정.
- 해외자산 보유자 비중은 4.7%에서 약 13%로, 해외자산의 금액 비중은 17.2%에서 48.4%로 올랐다. 인원과 금액은 서로 다른 것을 재는 지표다.
- 미국 자산 비중 15.2%→36.1%는 해외자산 안에서의 몫이 아니라 전체 보유자산 대비 비중이다. 같은 기준의 국내 자산 비중은 80.9%→62.3%.
- 개인투자자 전체를 합친 기준으로 국내주식은 보유 2,662개에 유효 91개, 해외주식은 보유 1,561개에 유효 15개. 1인당 수치가 아니다.
- 분위별로 같은 특성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결과는 성과로 나눈 뒤에 특성을 본 것이므로, 그대로 행동 지침으로 옮기기 어렵다.
출처와 확인 범위
- 1차 자료: 자본시장연구원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연구보고서 26-04, 강소현·김민기, 135쪽). 학술지 논문이 아니라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고서다.
- 발간일 표기: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페이지에는 2026년 2월 9일로 적혀 있다. 이 글은 발행 기관 표기를 따랐다.
- 어디까지 읽었나: 보고서 PDF의 서론부터 Ⅲ장(국내 및 해외투자 행태 분석)까지, 그리고 표 Ⅲ-13 「국내외 상품군별 분산도」의 수치와 그 표를 설명하는 본문 문장을 확인했다. Ⅳ장(투자성과 분석) 본문은 열어 보지 못했고, 성과에 관한 서술은 보고서가 공개한 요약문 범위에서만 확인했다.
- 쓰지 않은 것: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 비율, 벤치마크를 초과한 투자자 비율 같은 구체적 분포 수치는 요약문에 제시되지 않았고 Ⅳ장 본문을 확인하지 못해 이 글에 쓰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나오는 수치도 원문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인용하지 않았다.
- 필자 계산: 유효 종목 수를 보유 종목 수로 나눈 비율(국내주식 91/2,662≒3.4%, 해외주식 15/1,561≒0.96%)은 표의 수치로 필자가 직접 계산한 값이다.
- 보고서 소개 페이지: https://www.kcmi.re.kr/report/report_view?report_no=2254
이 글은 공개된 연구와 통계를 해설한 것으로,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투자 판단이나 권유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