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다윈의 말로 널리 인용되는 이 문장은 『종의 기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현재 확인되는 가장 이른 출처는 1963년 미국 경영학 교수의 글이라고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다윈 서신 프로젝트(Darwin Correspondence Project)는 밝히고 있다. 이 명언은 국내에서도 기업 홈페이지, 강연 자료, 블로그에 다윈의 명언으로 반복 인용된다. 다윈의 서신을 연구·편집하는 케임브리지대학교 프로젝트가 공개한 추적 기록과 『종의 기원』 초판 전자 전문을 직접 열어, 이 문장이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다윈의 문장이 되었는지 대조했다.
대조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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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
자료 |
발행 |
지위 |
확인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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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이 지목하는 원출처 |
다윈, 『종의 기원』 초판 |
존 머리, 1859 |
공개 전자 전문(구텐베르크) |
서론~2장 중반까지 직접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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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검증 |
「The evolution of a misquotation」, 다윈 서신 프로젝트 |
케임브리지대, 2016.11.25 게재(2020.4.23 갱신) |
다윈 서신 연구 프로젝트의 공개 조사 기록 |
전문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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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확인되는 가장 이른 출처 |
Megginson, "Lessons from Europe for American Business" |
Southwestern Social Science Quarterly, 1963 |
학술지 논문 |
원문 미열람. 위 조사 기록의 인용으로만 확인 |
통념은 이렇게 말한다
이 문장은 대개 따옴표가 붙은 채 "찰스 다윈, 『종의 기원』"이라는 출처와 함께 유통된다. 영어권에서 도는 형태는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s, nor the most intelligent that survives. It is the one that is most adaptable to change."이고, 국내에서는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라는 번역으로 기업 사보와 강연, 블로그에 넓게 퍼져 있다. 다윈 서신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문장은 웹 곳곳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본부 건물 바닥의 돌에도 새겨져 있었다(다윈 귀속 표기는 이후 제거됐다).
원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다윈 서신 프로젝트는 이 문장이 다윈이 쓴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종의 기원』 초판 전자 전문(구텐베르크판)에서 서론부터 2장 중반까지를 보조적으로 확인한 범위에서도 "strongest of the species"나 "adaptable to change"에 해당하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다윈이 초판 서론에서 실제로 쓴 문장은 이렇다. "어떤 생물이든 아무리 미세하게라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변이한다면, 복잡하고 때로 변동하는 생활 조건 아래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고, 그리하여 자연적으로 선택될 것이다(any being, if it vary however slightly in any manner profitable to itself, under the complex and sometimes varying conditions of life, will have a better chance of surviving, and thus be naturally selected)." 개체에게 발생한 이로운 변이가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자연선택의 설명이지, 어떤 종이 살아남는지를 단정하는 격언이 아니다. 유통되는 명언과는 문장의 주체(개체→종)와 논리의 형태(확률→단정)가 함께 바뀌어 있다.
어디서 갈라졌나
다윈 서신 프로젝트가 공개한 조사(UC버클리 통합생물학과의 니컬러스 매츠키가 수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이른 형태는 루이지애나 주립대 경영학·마케팅 교수 리언 C. 메긴슨(Leon C. Megginson)이 1963년 학술지 Southwestern Social Science Quarterly 44권 1호(3~13쪽)에 실은 글 "Lessons from Europe for American Business"의 4쪽 문장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따르면, 살아남는 것은 종 가운데 가장 지적인 것도, 가장 강한 것도 아니다. 살아남는 종은 자신이 놓인 변화하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조정할 수 있는 종이다(According to Darwin's Origin of Species, it is not the most intellectual of the species that survives; it is not the strongest that survives; but the species that survives is the one that is able best to adapt and adjust to the changing environment in which it finds itself)."
주목할 점은 이 문장이 처음부터 "다윈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출처를 밝힌 의역이었다는 것이다. 메긴슨은 1964년 Petroleum Management 36권 1호(91~95쪽)의 글에도 비슷한 버전을 다시 실었다. 다윈 서신 프로젝트는 "어느 시점에 메긴슨의 의역이 약간 재구성되어 『종의 기원』의 실제 인용문인 것처럼 제시되었다(At some stage Megginson's paraphrase of Darwin, slightly recast, was presented as if it were an actual quotation from Origin)"고 적으면서, 그 전환이 언제 일어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That part of the story remains to be told)"라고 명시한다. 같은 기록은 "더 이르고 더 가까운 표현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an earlier, closer match may also still be out there)"는 유보도 달아 두었다.
그럼에도 남는 것
이 대조는 명언이 무에서 지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다윈의 원문에도 '변동하는 생활 조건'과 '이로운 변이가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요소는 실제로 있고, 메긴슨의 1963년 문장도 출처 표시("다윈에 따르면")를 갖춘 의역이었다. 문제는 내용 전체가 아니라 승격의 과정이다. 출처가 표시된 의역이 어느 시점부터 다윈의 직접 인용문처럼 유통되기 시작했고, 그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윈이 적응을 중요하게 다룬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위에서 본 대로, 다윈의 서술은 개체의 변이와 생존 확률에 대한 것이고 유통되는 명언은 '살아남는 종'의 특성에 대한 단정형이라는 층위 차이는 남는다.
이 대조가 말하지 않는 것
메긴슨의 1963년·1964년 글 원문은 무료로 열 수 있는 경로를 찾지 못해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문장 인용은 다윈 서신 프로젝트 조사 기록이 옮긴 것을 재인용한 것이다. "다윈의 저작 어디에도 없다"는 판정은 이 조사에 의존하며, 내가 직접 확인한 범위는 초판 전자 전문의 서론~2장 중반까지다. 1964년 글의 문장이 1963년 문장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도 원문을 열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 명언의 내용이 진화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서술인지는 별도의 문제로, 이 글은 다루지 않았다. 이 문장이 국내에 언제 어떤 경로로 번역·유통됐는지도 추적하지 않았다.
정리하면
- 다윈 서신 프로젝트(케임브리지대)는 이 명언이 다윈의 문장이 아니라고 밝힌다. 초판 전자 전문의 서론~2장 중반을 직접 확인한 범위에서도 해당 표현은 없었다.
- 현재 확인되는 가장 이른 형태는 메긴슨의 1963년 글 4쪽 문장으로, "다윈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출처 표시가 있는 의역이었다.
- 이 의역은 어느 시점에 재구성되어 다윈의 실제 인용문처럼 유통되기 시작했고, 그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다윈 서신 프로젝트는 적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본부 건물 바닥에 새겨지기도 했다(다윈 귀속 표기는 이후 제거).
- 다윈이 『종의 기원』 초판 서론에서 실제로 설명한 것은 이로운 변이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자연선택의 논리였다.
- 이 추적은 UC버클리의 니컬러스 매츠키가 수행해 2016년 다윈 서신 프로젝트가 게재했고, 같은 기록은 더 이른 출처가 나올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출처와 확인 범위
- Darwin Correspondence Project, "The evolution of a misquotation" (2016.11.25 게재, 2020.4.23 갱신) — https://www.darwinproject.ac.uk/people/about-darwin/six-things-darwin-never-said/evolution-misquotation — 전문 확인. 메긴슨 글의 서지사항과 1963년 문장, 승격 시점 미확인·더 이른 출처 가능성 언급,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일화는 이 기록에서 확인.
- Darwin Correspondence Project, "Six things Darwin never said" — https://www.darwinproject.ac.uk/people/about-darwin/six-things-darwin-never-said — 전문 확인. 유통되는 영어 문장의 형태 확인.
- 다윈, 『종의 기원』 초판(1859) 전자 전문, Project Gutenberg #1228 — https://www.gutenberg.org/ebooks/1228 — 서론~2장 중반까지 확인. 서론의 실제 문장 인용은 여기서 직접 확인. 그 뒤 범위는 확인하지 못함.
- Megginson, "Lessons from Europe for American Business", Southwestern Social Science Quarterly 44(1), 1963, 3~13쪽 — 원문 미열람(무료 전문 경로를 찾지 못함). 첫 번째 출처의 인용을 통해서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