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출처 추적

  • 매슬로의 1943년 논문에 ‘피라미드’라는 단어는 없다

    욕구 5단계 피라미드로 알려진 매슬로의 1943년 원문을 끝까지 확인한 결과, ‘피라미드(pyramid)’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통념은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로 올라가는 5단 피라미드”라고 말하지만, 원문은 오히려 그 위계가 고정된 순서가 아니라고 스스로 유보를 달고, 다섯 욕구가 동시에 서로 다른 비율로 충족되어 있는 상태를 표준으로 제시한다. 이 글은 1943년 원문과, 피라미드 도형의 기원을 추적한 2019년 경영학 연구를 대조했다.

    대조한 자료

    역할

    자료

    발행

    지위

    확인 범위

    원출처

    A. H. Maslow,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50호, 370–396쪽, 1943

    동료심사 학술지 논문

    요크대 공개 아카이브(Classics in the History of Psychology)의 전문을 확인

    검증

    T. Bridgman, S. Cummings, J. Ballard, “Who Built Maslow’s Pyramid?”

    Academy of Management Learning & Education 18권 1호, 81–98쪽, 2019

    동료심사 학술지 논문(기관 리포지토리에 CC BY-NC-ND로 공개)

    리포지토리 공개 페이지의 초록·서지사항만 확인. PDF 전문은 접근 오류로 열지 못함

    확산(보조)

    S. B. Kaufman, “Who Created Maslow’s Iconic Pyramid?”

    Scientific American ‘Beautiful Minds’ 블로그, 2019년 4월 23일

    매체 기고(심리학자 저자)

    전문 확인

    통념은 이렇게 말한다

    경영학·교육학 교과서와 기업 연수자료에서 매슬로의 동기 이론은 거의 예외 없이 5단 피라미드 그림으로 소개된다. 생리적 욕구가 맨 아래, 자기실현이 맨 위에 있고, 아래 칸이 채워져야 다음 칸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단계론이다. 2019년 검증 논문의 초록도 통용되는 형태를 이렇게 요약한다. “인간의 욕구는 사람들이 차례로 충족해 나가려 하는 위계를 이룬다는 생각(the idea that human needs exist in a hierarchy that people strive to satisfy progressively)”이 일과 동기부여를 이해하는 기본 접근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원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매슬로가 다섯 묶음의 욕구 — 생리적(physiological), 안전(safety), 애정(love), 존중(esteem),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 를 위계로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문은 그 위계에 스스로 세 가지 유보를 단다.

    첫째, 위계의 경직성을 직접 부정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위계가 고정된 순서인 것처럼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암시했을 만큼 경직된 것이 결코 아니다(We have spoken so far as if this hierarchy were a fixed order but actually it is not nearly as rigid as we may have implied).”

    둘째, 예외를 열거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존이 사랑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There are some people in whom, for instance, self-esteem seems to be more important than love).”

    셋째, 표준 상태를 ‘단계’가 아니라 ‘동시 부분 충족’으로 그린다.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 대부분은 모든 기본 욕구가 부분적으로 충족되어 있는 동시에 부분적으로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most members of our society who are normal, are partially satisfied in all their basic needs and partially unsatisfied in all their basic needs at the same time).” 이어서 구체적인 숫자 예까지 든다. “평균적인 시민은 생리적 욕구의 약 85%, 안전 욕구의 70%, 애정 욕구의 50%, 자존 욕구의 40%, 자기실현 욕구의 10%가 충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it is as if the average citizen is satisfied perhaps 85 per cent in his physiological needs, 70 per cent in his safety needs, 50 per cent in his love needs, 40 per cent in his self-esteem needs, and 10 per cent in his self-actualization needs).”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그림이 아니라, 다섯 욕구가 동시에 서로 다른 비율로 겹쳐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논문 어디에도 ‘피라미드’라는 단어는 없다.

    어디서 갈라졌나

    피라미드 도형의 기원을 추적한 것이 2019년 Academy of Management Learning & Education에 실린 브리지먼(Bridgman)·커밍스(Cummings)·밸러드(Ballard)의 연구다. 이 연구를 소개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에 따르면, 연구팀은 경영학 문헌을 거슬러 올라가 1957년 키스 데이비스(Keith Davis)의 교과서에 실린 계단형 삼각형을, 그리고 오늘날의 피라미드에 해당하는 도형으로는 1960년 컨설팅 심리학자 찰스 맥더미드(Charles McDermid)가 Business Horizons에 쓴 “How money motivates men”을 지목했다. 같은 기고에 인용된 맥더미드의 목적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동기부여(maximum motivation at the lowest cost)”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즉 이 연구의 주장에 따르면 피라미드는 심리학 원문이 아니라 전후 미국의 경영 교육·컨설팅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이 추적의 세부는 논문 전문이 아니라 초록과 저자들의 연구를 소개한 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것

    이 대조는 매슬로 이론의 부정이 아니다. 욕구들 사이에 우선순위의 위계가 있다는 주장 자체는 분명히 원문의 것이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생리적 욕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서술도, 앞선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다음 욕구가 나타난다는 경향성 주장도 원문에 있다. 85%·70%·50%라는 숫자 역시 매슬로 자신이 고른 서술 장치다. 피라미드는 무에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원문에 있는 ‘평균적 경향’을 ‘고정된 단계’로 굳힌 단순화에 가깝다. 또한 원문이 예외를 인정한다는 사실이 위계 개념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이 대조가 말하지 않는 것

    첫째, 검증 논문의 전문을 열지 못했다. 무료 공개본이 존재하지만(웰링턴 빅토리아대 리포지토리, CC BY-NC-ND) 이번 작업 환경에서 PDF 내려받기가 거부되어 초록과 서지사항까지만 확인했다. 데이비스(1957)·맥더미드(1960) 관련 세부의 확인 깊이는 그만큼 얕다. 둘째, 매슬로의 후기 저작(1954년 단행본과 그 개정판)은 확인하지 않았다. 후기에 표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매슬로가 생전에 피라미드 도형을 승인하거나 사용한 적이 있는지는 이 글의 범위 밖이다. 셋째, 원문에 피라미드가 없다는 사실은 이론의 실증적 타당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위계 이론이 경험적으로 지지되는지는 별도의 검증 문헌이 필요한 다른 질문이다.

    정리하면

    • 1943년 원문 전체에서 ‘피라미드(pyramid)’라는 단어는 확인되지 않았다.
    • 원문은 다섯 욕구의 위계를 제시하되, “고정된 순서가 아니다”라는 유보를 스스로 달았다.
    • 원문이 그리는 표준 상태는 다섯 욕구의 동시 부분 충족(85·70·50·40·10%)이다.
    • 2019년 연구는 피라미드 도형의 기원을 1950~60년대 경영학 문헌에서 찾았다(초록과 언론 기고로 확인).
    • 통념과 원문의 차이는 ‘위계의 유무’가 아니라 ‘위계의 경직성’에 있다.

    출처와 확인 범위

  • 조사에 응한 교육자 89%가 믿는 「학습 유형 맞춤 수업」 — 이 분류를 제안한 논문에는 효과 검증이 없었다

    학생을 시각형·청각형·읽기형·체험형으로 나누고 그 유형에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통념이 있다. 이 분류(VARK)를 제안한 1992년 논문을 열어보면 학습 성과를 측정한 실험이 없다. 저자들은 논문 안에서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이 변화의 효과를 아직 문서화할 수 없다"고 직접 적어 두었다. 28년 뒤에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은 2009년부터 2020년 초까지 18개국에서 이루어진 조사 37건을 모았고, 그 가운데 믿음을 물은 34개 표본 교육자 15,045명에서 89.1%가 이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대조한 자료

    역할

    자료

    발행

    지위

    확인 범위

    원출처

    Fleming & Mills, "Not Another Inventory, Rather a Catalyst for Reflection"

    To Improve the Academy 11권 137~155쪽, 1992년

    학술지 논문(교수법 연차간행물)

    전문 확인

    검증

    Pashler, McDaniel, Rohrer & Bjork,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권 3호 105~119쪽, 2008년

    동료심사 문헌고찰

    정의·설계 요건·결과·결론·유보 문장 확인

    확산

    Newton & Salvi, "How Common Is Belief in the Learning Styles Neuromyth, and Does It Matter?"

    Frontiers in Education 5권 602451번, 2020년 12월 14일

    체계적 문헌고찰(공개 접근)

    초록·표본 표·결과·논의의 통계값 확인

    통념은 이렇게 말한다

    통념의 가장 정제된 형태는 이렇다.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선호 통로가 다르므로, 시각형 학생에게는 그림과 도표를, 청각형 학생에게는 설명과 토론을 주면 학습 성과가 올라간다. 연수 자료와 학습법 안내서가 흔히 쓰는 표현이다.

    연구자들은 이 주장에 이름을 붙여 두었다. 맞춤 가설(meshing hypothesis), 즉 "제시 방식이 학습자 자신의 성향과 맞물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의할 것은 이 통념이 두 개의 명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선호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호에 맞추면 성과가 오른다는 것이다. 검증 대상은 두 번째다.

    원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VARK 네 유형을 제안한 것은 뉴질랜드 링컨대학의 Fleming과 Mills가 1992년에 쓴 논문이다. 이 논문에는 성과 비교 실험이 없다. 저자들이 근거로 든 것은 학생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본인들의 관찰이다.

    더 분명한 것은 저자들 자신의 문장이다.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이 변화의 효과를 아직 문서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현 단계에서 이 설문은 차이를 식별하고 학습과 교수 실천에 대한 성찰을 촉발하며 학생과 교직원 양쪽에서 호의적인 평을 받고 있다"(Although it is not yet possible to document the effect of these changes in terms of learning…). 이어서 저자들은 학생이 자기 선호를 파악하고 새 전략을 채택했을 때의 효과를 보려면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는다.

    저자들이 밝힌 도구의 용도도 성과 향상이 아니었다. 제목에 이미 들어 있다. 목록표가 아니라 성찰의 촉매, 즉 "논의와 토론의 촉매"(a catalyst for discussion and debate)라는 것이다.

    16년 뒤 Pashler 등 네 연구자가 이 가설의 근거를 점검했다. 이들은 먼저 검증에 필요한 설계를 못박았다. 한 유형의 학생에게 최선인 교수법이 다른 유형의 학생에게는 최선이 아니어야 한다는 교차 형태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각 자료를 준 집단의 성적이 좋았다"는 결과는 이 가설을 지지하지 못한다. 그건 모두에게 좋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요건을 갖출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문헌에서 찾은 결과, 1편(Sternberg 등 1999)이었다. 저자들은 그마저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했다. 영재 고등학생 324명 가운데 세 능력 중 하나가 두드러진 112명(35%)만 골라냈고, 이상치를 제외했으며, 측정치가 여러 단계 가공됐다는 이유다. 교사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진단 도구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핵심 기준을 충족할 만한 근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적었다. 전체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위에서 말한 상호작용 양상의 증거를 사실상 찾지 못했다"(we found virtually no evidence for the interaction pattern…).

    어디서 갈라졌나

    원문과 통념 사이의 간격은 두 번의 이동으로 설명된다. 첫째, 도구의 용도가 바뀌었다. 성찰을 유도하는 대화용 설문이 수업 설계의 처방으로 옮겨 갔다. 둘째,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가 "입증되었다"로 읽혔다. 저자들이 향후 과제로 남긴 종단 연구는 그 뒤로도 요건을 갖춘 형태로는 거의 수행되지 않았다.

    학습 유형 연구 진영 안에서도 이 점은 인정돼 있다. 학습 유형을 지지해 온 연구자 Felder의 문장 "맞춤 가설은 엄밀한 연구 지지를 받지 못한다"(the meshing hypothesis … has no rigorous research support)가 아래 Newton·Salvi 논문에 인용돼 있다. Felder의 원문은 이 글에서 직접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믿음은 줄지 않았다. Newton과 Salvi는 2009년부터 2020년 초까지 발표된 18개국 37건의 조사, 교육자 15,405명분을 모았다. 이 가운데 맞춤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보는지를 물은 34개 표본(15,045명)의 가중 평균이 89.1%였다. 개별 조사의 범위는 58%에서 97.6%였다. 실제로 이 방식을 쓰고 있거나 쓸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79.7%였다. 조사 연도와 믿음 사이에 유의한 상관은 없었다(r=−0.290, P=0.102). 예비 교사는 95.4%, 현직 교사는 87.8%였지만 두 집단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529).

    18개국에는 한국도 들어 있다. 2018년 발표된 Yoon의 조사로, 예비 교사 132명 가운데 96.9%가 믿는다고 답한 것으로 표에 실려 있다. 편의표집 표본이므로 한국 교육자 전체의 수치로 읽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남는 것

    세 가지는 이 대조로 부정되지 않는다.

    첫째, 사람마다 선호가 다르다는 사실 자체는 반박되지 않았다. 검증에 실패한 것은 선호와 성과를 잇는 두 번째 명제다.

    둘째, Fleming과 Mills가 원래 밝힌 용도, 즉 학생이 자기 공부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대화의 계기라는 쓰임새는 이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용도가 바뀐 뒤의 일이다.

    셋째, Pashler 등이 보인 것은 효과가 없음을 입증한 결과가 아니라 요건을 갖춘 연구가 사실상 없다는 상태다. 이들은 결론에 이렇게 덧붙였다. "방법론적으로 건전한 학습 유형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형태의 학습 유형이 검증돼 기각됐다고 결론짓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상당수는 아예 검증된 적이 없다." 증거의 부재와 부재의 증거는 다르다. 다만 이들은 한정된 교육 재원이라면 근거 기반이 확실한 다른 교육 실천에 쓰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도 함께 적었다.

    이 대조가 말하지 않는 것

    • Newton과 Salvi가 모은 37개 표본 가운데 30개가 편의표집이었다. 대표성 있는 무작위 표본을 쓴 조사는 하나도 없었다. 89.1%를 세계 교육자 전체의 비율로 읽을 수 없다.
    • Pashler 등의 검토는 2008년까지의 문헌을 대상으로 한다. 그 이후 요건을 갖춘 연구가 나왔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 Sternberg 등 1999년 연구의 원문은 열지 않았다. 그 연구에 대한 서술은 Pashler 등의 평가를 옮긴 것이다.
    • Newton과 Salvi의 조사는 교육자 자기보고 설문을 종합한 것이다. 실제 수업을 관찰한 자료가 아니다. 사용률 79.7%는 7개 조사에 근거하며, 논문은 이 조사들이 모두 작아 전체 표본의 10%에 못 미친다고 적었다.
    • VARK 외의 학습 유형 모형은 다루지 않았다.

    정리하면

    • VARK 네 유형을 제안한 Fleming & Mills 1992년 논문에는 학습 성과 실험이 없고, 저자들이 효과를 아직 문서화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 저자들이 밝힌 용도는 성과 향상 처방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논의의 촉매였다.
    • Pashler 등 2008년 검토는 검증 요건을 갖출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1편만 찾았고 그마저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했으며, 시판 진단 도구에 대해서는 기준을 충족할 근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적었다.
    • Newton & Salvi 2020년 문헌고찰에서 믿음을 물은 34개 표본 15,045명의 89.1%가 이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답했고, 조사 연도와 믿음 사이에 유의한 상관은 없었다.
    • 부정된 것은 선호와 성과를 잇는 연결이지, 선호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출처와 확인 범위